|
|
![]() ![]() ![]() 침실에서 쓰던 빈티지 앰프를 어찌할까 생각하다 부엌에서 요리할 때 들을 시스템으로 활용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스는 마우스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쓰지 않는, 공짜로 얻은 중고 토시바 랩탑, 스피커는 시디피 부분이 나가버려 스피커만 남겨둔 싸구려 소니 미니콤포의 스피커. 빈티지 앰프나 리시버의 테스트용으로 남겨뒀던 건데 이렇게 쓰게 되는구나. 빈티지 앰프를 살 때 디자인에 눈이 멀어 너무 비싸게 주고 샀었기에 다시 판다해도 제값 받기는 힘들거 같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너무 이뻐서 처분하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되었다. 포노단이 영 좋지 않지만 디지털 소스기에는 나무랄데 별로 없는 성능이라 아직 쓸만하다. 귀찮아서 랩탑에는 아무런 음원도 저장해두지 않았다. 하여 현재는 시디피 대용으로 쓰는 중. 아아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실용 오디오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나름 피씨파이에 빈티지 시스템임. 라틴재즈 리듬에 몸을 흔들며 맥주를 한 손에 들고 하는 요리는 제법 즐겁다. 우리집에 개별 스테레오 시스템이 없는 곳은 이제 화장실 뿐이다. ![]() ![]() 침실 빈티지 시스템에서는 덩그라히 히타치턴과 아마 60년대 후반에 쓰인게 아닌가 싶은 국영방송 스튜디오 출신 빈티지 앰프를 써왔는데, 앰프의 축전지가 너무 오래된 것인지 전원을 켜고 끌때나 턴테이블 연결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내는 소리가 좀 너무 괴로워서 (심지어는 방의 램프를 켜거나 끌때도 들리더라) 그동안 쓸만한 빈티지 리시버를 이베이에서 봐왔다. 마음이야 천불을 호가하는 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 마란츠 2325나 일본산 럭스만의 진공관을 때리고 싶었지만 절약형 시스템이 모토인 침실 시스템이므로 인내해 왔다. 다른 곳에 쓸 돈이 많기도 했고. 그 중에 히타치의 SR-502 모델이 간간히 눈에 띄여왔었는데 정확히 50불에 구할 수 있었다. 도시바 직원 친구님의 덕분에 택배비도 전혀 안들였으니 뭐 살짝 비싼 저녁식사 비용 정도로 하나 구한 셈이다. 아기 같았던 국영방송 앰프에 비하면 거의 두배에 달하는 사이즈라 턴테이블과도 매치가 낫다. 아쉽게도 전파 계측기의 파란불이 너무 약해지긴 했다만 유리창에 거미줄 걷어내니 제법 봐줄만 하다. 역시 리시버에 들어오는 램프에는 로망이 있다. 이왕이면 나무옷도 입혔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거 장만하는 비용이 리시버 가격의 약 대여섯배는 할것이 분명하니 참아야지. 계측기 불도 교체하고 싶지만 그냥 한번 봐주는게 80불이랜다. 제일 중요한 성능은 아주 마음에 든다. 포노단도 좋고, 라디오 전파도 잘 잡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라디오 라는걸 주기적으로 들어보고 있다. 채널은 ABC 클래식 고정. 여기 패널들은 발음들이 다른 채널의 진행자들과 다르게 매우 정확하고 우아해서 듣기 좋다. 물론 전원을 켜고 끌때 썸핑 따위는 전혀 없고 각 채널 매우 깨끗하다. 새 리시버를 들여 케이블도 새로 필요했다. 막선 사서 걍 쓸까 하다가 가격에 뭔 차이가 있겠냐는 생각에 QED의 제일 싼 모델을 2미터씩 구했더니 그게 벌써 15불이다, 리시버 가격의 삼분의 일. 그래도 전부 합쳐 65불에 상당한 발전을 이루지 않았는가. 히타치턴과 출신지도 같으니 내 빈티지 시스템은 히타치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 ![]() ![]() ![]() 여전히 밥도 청소도 안해주시지만 패션과 가구에는 신경을 쓰시는 어머니께서 이베이에서 백불에 식탁이랑 의자랑 같이 딸려온 장식대 위에 거실 스테레오를 올려 놓았다. 처음엔 너무 높아보이고 빈티지와 골동품을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도 좀 후줄근해 보인다고 느꼈는데 막상 올려놓고 보니 마루 색이랑도 잘 맞고 제법 고풍스러워 보인다. 덕분에 마란츠 형제도 제법 고가의 물건처럼 보이고, 리가턴도 분위기가 살아난다. 탄노이 스피커와도 매칭이 좋다. 탄노이 스피커는 보면 볼 수록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이왕 하는김에 우측 스피커 측면에 있던 소파를 건너편으로 옮겨 버렸다. 이제 거실의 한쪽면은 스테레오의 독차지가 되어 버렸다. 어머니는 바이닐을 보관하는 캔터베리는 다른 곳으로 치우는 편이 보기 좋다 하시지만 그게 있는 편이 여러 케이블을 가릴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놀러오는 사람들도 캔터베리에 많이들 감탄한다.
요새 회사에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실용오디오'라는 한국의 오디오 동호회 비슷한 곳에서 여러가지 기기 구경을 했다. 실용오디오라는 구호에 걸맞게 초고가 기기들보다는 '자기가 가진 시스템에 만족하며 즐기는' 분위기가 제법 있긴 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기기들 자랑도 많았고, 사실 그런것들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소리보다는 외관이 더 부러웠다. 역시 외모지상 주의자인 걸까 나는.
애초에 처음 마란츠 앰프와 시디피를 사게 된 동기도 정품시디도 잘 못돌리고 버벅대던 TEAC의 어떤 쓰레기같은 미니컴포넌트에 염증이 나서 이왕 새로 살거면 좀 오래 제대로 쓸걸 사자는 생각에 마란츠에서 나온 미니컴포넌트보다도 몇백불 더 비싼걸 몇달에 걸쳐 큰맘먹고 산건데 이쪽 바닥에서 기웃거려보니 굉장히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 경제사정 생각하면 엄청 무리한건데. 게다가 계획에 없던 아날로그에 빠져서 지출은 배가 넘었고, 절약형 빈티지 시스템 구축해 본답시고 거기에 또 더 쓰고야 말았다. 사실 사운드 자체를 생각하자면 일단 거실 시스템은 만족이다. 최고급 시디피에 따로 DAC까지 연결을 하고 케이블은 엄청 굵은 바이와이어를 써야 하며 스피커는 몇천불은 가볍게 넘는걸 써야하고 턴테이블 카트리지만 해도 몇천불을 호가하는 제품을 써야 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사실 부럽기도 하지만 확실히 중요한걸 많이 놓치는게 아닌가 싶다. 특히 그 비싼 기기들을 좁은곳에 잔뜩 흉하게 쌓아놓고 만족하는걸 보면 약간은 안쓰럽기도 하다. 조금만 떼서 나나 주지. 대체 턴테이블이 방 하나에 한개 이상 필요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사실 어느정도 쌓아둔 음반, 남들이 보면 쌓아뒀다고 할 표현이 쑥스러운 양이다만, 그것도 다 제대로 들을 시간이 없다. 그나마도 묘하게 듣던것만 몇번이고 계속 듣기도 하다보니 더욱 그렇다.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라면 음반조차도 굳이 더 이상 살 필요를 강렬하게 느끼진 못한다. 물론 더 갖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다만. 저번 금요일엔 시드니 심포니의 프로코피에프 공연을 다녀왔다. 바협 1번과 피협 1번, 그리고 '세개의 오렌지' 오페라 곡과 7번 교향곡까지. 오랜만에 상임지휘자 타이틀을 걸어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에 바쁘신 애쉬케나지 옹의 지휘도 감상했다. 피협이 역시 좋았고, 늙고 병들어 김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던 7번 교향곡도 즐겁게 들었다. 늙고 거동조차 불편하여 휠체어까지 타고 감상하러 온 할아버지들도 보였다. 그 다음날은 미국에서 왕년에 헤이 미스터 디제이를 유행시켰다던 그룹의 멤버가 와서 마이클 잭슨 헌정공연 한답시고 주로 다른 시드니 아티스트들의 마이클 잭슨 커버공연을 베이스먼트에서 보며 춤도 췄다. 썩 내 취향은 아니다만 마이클 잭슨은 제법 좋아하는 편이라 괜찮았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니 새삼스레 그가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란걸 느끼게 되더구만.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하나의 방식에만 집착하기엔 돈도 시간도 부족하다. 아 그런데 빈티지 시스템에 앰프는 다른 걸로 들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다..... ![]() 그래서 월남고추를 섞어 먹었다. 어젯밤부터 내일 점심까지 계속 이것만 먹는거다. ![]() ![]() ![]() ![]() ![]() ![]() ![]() ![]() ![]() ![]() ![]() ![]() 술이 떨어지자 다시 나가서 타이커리와 여기저기 돌아다녀 겨우 찾은 그린 파파야 샐러드로 저녁을 하고 로제와인을 두병 더 사들고 돌아왔다. 날씨는 저녁이 지나자 다시 금방 추워졌지만 햇살은 여전히 조금 남아있었다. 거리에는 할로윈 복장을 한 사람들이 오들오들 떨면서 걸어다녔다. 노을을 바라보며 카페인 음료와 로제와인을 번갈아 마셨다. ![]() 어떻게 메뉴를 쓰는지 몰라 버벅거리게 만든 이 아이팟에 있던 음악중 내가 알던건 기껏해야 블랙 아이드 피즈, 사카모토 류이치, MISIA 정도가 전부. 아 맥스웰도 알긴 하지. ![]() 침실 창가에 새로 들어온 녀석들. 낙타 세마리와 당나귀 처럼 생긴 녀석 하나. 낙타 목에 못을 박아서 서로 연결 시켜놔서 조금 무섭다. ![]() ![]() ![]() 테이블 위에 보이는 분홍팔찌는 회사에서 유방암 캠페인이랍시고 해서 강매당한 물건임. ![]() ![]() ![]() ![]() ![]() 쉬타커의 뼛속 깊숙하게 느껴지는 연주가 좋다. 역시 집에서 듣는 클래식은 혼자일때가 가장 좋다.
이베이에서 헤드폰 잭에서 RCA로 연결하는 싸구려 케이블을 하나 사서 동생님 랩탑과 마란츠 PM5003에 연결하여 한번 들어보았다. 동생 랩탑에 클래식이 있을리는 만무하고 뭐 들을만한거 있나 보다가 우타다 히카루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부른게 있길래 한번 재생해봤다. 우와 음질 저질이네. 하긴 엠피삼도 아닌 WMA 파일이니 당연한건가. 그래도 신기하다, 랩탑음원을 내 스테레오에 연결해서 재생시켜 보는것이. 좀 괜찮은 랩탑 구해서 LOSELESS 포맷 음악파일로 한번 들어보고 싶다. 검색해보니 아이팟 독이랑 케이블 묶어서 싸게 파는 것도 있던데 그걸 구할껄 그랬나 싶기도 하다.
![]() 햇볕이 잘 드는 집이라 좋다. 베란다에 나가면 해가 지는 모습도 즐길 수 있다, 시간대가 맞아야 하지만. 냉장고 소음만 아니라면 아주 조용한 편인것도 좋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무척 아쉬워하며 나갔는데, 그럴법도 하구나. 동네는 전에 살던 곳이 더 이쁘기야 하다만 편리함에 있어서는 지금껏 살아본 곳 중에 제일 좋은것 같다. 퇴근 후에 혼자 앉아서 아날로그 음을 즐기며 블로그 해보는게 제법 오래되었지? 바닥 울림이 거의 없어 제법 늦은 시간에도 나름 크게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모르지 언제 또 항의 들어올지도. 스피커 음질이고 앰프 출력이고 뭐고 간에 제일 중요한건 적합한 공간이라는걸 깨닫고 있다. 사실 요새는 여유롭게 바이닐 즐길 일도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시디. 그것도 혼자만의 시간이 줄어서 클래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좀 줄었다. 동생님의 콜렉션을 조금 무단 사용 중. 하지만 침실에는 턴테이블이 전부인지라 주로 브람스의 첼로협이나 슈만의 피아노 독주곡을 들었다.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인지라 바이닐로 엘가의 첼로협, 슈베르트의 교향곡, 시벨리우스 바협을 몇번씩 돌려가며 듣는 중. 다음 주엔 지옥의 과제. 랩탑 새로 장만 해야 할텐데. 돈도 없고. ![]()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만져보고, 안아보고, 짖으니까 도망가고. ![]() ![]() ![]() 가능한 스피커 사이를 멀리 두었더니 한 장에 들어오게 찍는게 쉽지 않았다. 테레비 따위는 없는거임. ![]() 누가 랩탑 하나 안주시렵니까. ![]() ![]() ![]() 베토벤 후기 현악 사중주 쥬얼세트를 박살내는 수난까지 겪었음. ![]() 새로 온 이 집은 햇볕이 많이 들어 좋다. 양지바른 집안은 정신건강에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낀다. 도시와 공원의 경치가 한눈에 보이는 넓은 창문 아래에 주연 배우처럼 자리잡아 주었다. 울림이 거의 없는 단단한 나무 마루바닥이라 어느정도 마음 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것도 너무 좋다. ![]() 미국 이베이에 뜬건데 나름 상태도 좋고, 우드케이스도 좋아보이고 가격도 네임밸류 생각하면 괜찮은 편이라서 굉장히 고민했었다. 50년대부터 전해져 오는 최고의 명기 진공관의 소리라니 굉장하지 않은가. 그러나 쉬핑비를 원래 기계 가격의 절반 이상으로 써야 한다는 점이 너무 억울하게 느껴졌고, 그냥 입맛만 다시다가 보내버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이 동네에서 쿼드 빈티지 제품이 무더기로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 이 ESL-63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외관은 그다지 매력이 안느껴지는데 클래식 음악에는 이 스피커가 최고라는 평을 많이 봐서 굉장히 땡겼었다. 가격도 다른 클래식에 좋다는 스피커인 탄노이 레드 같은것에 비하면 엄청 저렴하기도 하고. 그러나 굳이 살꺼라면 언젠가 ESL-63 PRO가 나올때 생각해보는게 낫지 않겠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어차피 이럴 돈도 없기도 했고. 아무래도 MC카트리지는 도저히 아웃 오브 리치의 가격이고 (갖는다면 코에츠가 갖고 싶다고!), 그렇다면 MM 카트리지 중에 좀 전통있는 네임밸류가 있는건 어떨까 하고 있었는데 Halabi님이 제안해주신 단종된 슈어 V15이 뜯지 않은 새 제품으로 이베이에 나와서 이것도 제법 노려봤었다. 한 200불 내외면 지르려고 걸어놓기도 했었는데 거의 삼백에 가깝게 팔렸길래 포기했다. 굳이 카트리지 갈 것이라면 최근 나오는 슈어의 M97xE도 충분할거 같아서. 아직 살 마음은 없지만. ![]() Hitachi HT-500 현재 갖고 있는 기침감기 심한 히타치 영감보다 더 고급모델에 속하는 히타치 HT-500이 오늘 이베이에 올라왔다. 원래 HT-550이 갖고 싶었었는데 잘 보이지 않았거늘 500이 시장에 나오는구나. 이런 빈티지 물건들의 매력은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른다는 점 같다.여전히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에 반자동인 점이 매력적이다. 오디오파일의 세계에선 제법 어긋나 있지만 난 자동/반자동 턴테이블에 웬지 더 정이 간다. 더 편하기도 하고 말이지. 알아서 바늘 움직이는거 보면 웬지 살아있는거 같아서 정붙이기도 더 좋고 말야. 베이스가 광택나는 로즈우드 마감이라 더 고급스럽게 보이는게 마음에 든다. 하지만 톤암은 내 히타치 영감의 S자 모양 톤암이 더 마음에 듬. 그리고 버튼 방식보다는 내 히타치 영감의 레버방식이 더 멋있다! 웬지 오디오기기로써 '히타치'라는 브랜드도 좋다. 어감이라든가 이미지가 너무 고급스럽지 않은 소박한, 그러나 레어한 느낌도 강한 그런 묘한 개성의 이미지랄까. ![]() AR 2ax 척박한 대척지의 이베이에 가끔 나름 명기 혹은 실력기 정도 평을 듣는 빈티지 오디오 기기 들이 올라올 때도 있는데, 현재 시드니의 한 딜러가 AR 2ax를 올려놨다. 카라얀이 썼다해서 유명한 AR 3 정도는 아니지만 사실 성능은 그에 별로 뒤질것도 없다는 실력기로 유명한 이 스피커가 현재 4일 조금 넘게 지나면 비딩이 끝난다. 현재 가격은 오리지날 비딩가인 99불인데 과연 얼마까지 올라갈지. 한번쯤 저런 삼베삘 나는 그릴이 덮인 빈티지 스피커를 가져보고 싶었기에 좀 탐이 나는 중이다. 다만 워낙 오래된 물건인지라 상태가 좀 걱정되기도 하고, 괜찮다고 해도 앞으로 얼마나 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
펭귄에서 나온 클래식 음악 (음반이 아닌) 소개서 중에 인상깊게 읽은 책에 저자가 포터블 음악기기에 대한 이런 견해를 내놓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째서 그 흔한 워크맨 하나 들고 다니지 않나요 라는 질문에 그는 그런 음악기기에 묘한 반감을 느낀다고 한다. 음악을 정말 아끼며 듣는건 그런게 아니라고. 굳이 기차나 버스안에서 음악이 필요할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청취하는걸 상상하며 마음속에서 연주를 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망상증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묘하게 수긍이 가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하이엔드 B&W 톨보이 스피커에 매킨토쉬 진공관으로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사람도 아니고, 단지 적당한 트랜지스터 스테레오를 한짝 앞에 두고 편히 앉아서 감상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사람이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건 연주회에 가서 듣는것 이라 했지만, 항상 다닐 수는 없는거니까. 비록 기술의 발전이 없기도 해서라고도 하지만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이 어떻게 들릴지 일일히 염두에 두어가며 음표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는데 너무 성의없게 음악을 듣는 것도 어찌보면 결례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죽은 자에게 존경을 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애정을 가진 분야기에 그렇게 느낀다. 이건 마치 예전에 교과서에 나오던, 기껏 책상 하나 사주고는 열심히 닦지 않아도 되는걸 사줬다며 후회하던 골때리게 인색한 아버지의 글을 연상시키도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아날로그는 보람이 있다. 바이닐을 조심히 꺼내서 훅 불어서 먼지를 날리고, 턴테이블에 조심히 얹어 돌리면서 솔로 먼지를 닦고, 바늘에도 먼지 낀게 없나 확인한 후에 조심스럽게 바이닐에 얹은 후 재빨리 커버를 닫아 듣는, 거의 종교의식과도 비슷한 이 행위에서 보람이 느껴진다. 바이닐이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는걸 보고 있노라면 마치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는걸 보며 음악을 듣는것 같은 만족감도 느껴지고, 다 듣고 나면 먼지가 쌓일까봐 다시 자켓안으로 집어 넣는다. 도저히 포터블로는 어려운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갖고 있는 음반 하나하나에, 그리고 거기 담겨있는 음악에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시디 듣는것도 불편하고 귀찮다는 시대에 심히 뒤떨어진 느낌도 들긴 한다만, 뭐 제 멋에 사는 거니까.
유닛에 살면서 음악을 들으려니 볼륨을 마음껏 크게 듣지 못하는게 굉장한 스트레스다. 조금만 베이스가 크게 나와도 윗집에서 항의 들어오지는 않을까 지레 겁을 먹게 되기도 하고, 예전에 아랫집에서 비트가 강한 음악을 크게 듣느라 집 바닥이 울리기도 하여 굉장히 불쾌했던 적도 있었기에 나 역시 이웃에 그런 불쾌감을 주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대개는 볼륨만 크게 틀어도 음질이 좋게 들리기까지 하는게 상식이다.
그런 이유로 방음설치하는 것까지 인터넷 검색을 해봤으나 대개 조언은 그런거 하느니 그냥 헤드폰으로 음악 들어라 였다. 헤드폰, 내가 그 맛을 모르는건 아니다. 린킨파크의 2집을 HMV매장에서 헤드폰으로 귀가 나갈 정도로 크게 들었을때 느낄수 있었던 짜릿함은 잘 기억하고 있다 (린킨파크는 실제로 자신들의 음악을 헤드폰으로 들을걸 권장하기도 한다). 킴 베이싱어가 오랜만에 나온 영화 'LA Confidential'의 원작 작가 제임스 엘로이는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팬인데 가끔 헤드폰으로 바그너 같은 곡을 듣는걸 묘사하기도 한다. 어두운 거실에서 혼자 헤드폰으로 양껏 볼륨을 높게 해서 듣는 쇼스타코비치는 죽여주겠지. 그러나 내가 헤드폰 혹은 이어폰 음악을 거부하는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청력에 좋지 않다. 스피커도 물론 클럽에서 틀어주는 것처럼 엄청난 볼륨으로 가까이서 듣다보면 귀가 나갈 수도 있지만 대개 집에서 듣는 정도로는 그리 나쁠게 없다. 어렸을때 축농증의 합병증으로 고막 수술까지 받았던 적이 있던 나는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다닌 적도 있었지만 두어시간 듣고 나면 이내 귀가 아파져서 듣는걸 금새 이어폰을 떼어놓고는 했었다. 이것은 단지 고막의 고통이 아닌 귀 자체에 느껴지는 고통이기도 하다. 특히 여름엔 제법 고생스럽다. 내가 무슨 초인의 음악을 작곡할 것도 아니고, 말년의 베토벤이 되고 싶지는 않다. 가능하면 오래오래 음악을 즐기고 싶다. 둘째 공간감을 느낄수가 없다. 그냥 2채널 방식인 스피커로 음악 듣는것도 실제 연주로 듣는 음에 비하면 불만족 스러운데 몸으로 전해져 오는 음의 진동이나 전체적으로 공간에 울려 퍼지는 음을 못느끼는 것은 제대로 음악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어쿠스틱 연주 음악에서 공간감이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서 헤드폰은 적합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아 그런데 이렇게 말은 했지만 확실히 헤드폰으로 듣는 음악의 고립적 감상도 매력이 굉장하긴 하다. AKG 헤드폰을 얼마나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었던가. 하이엔드 헤드폰으로 한번 들어보고 싶긴 하다. 그러나 체력이 받쳐주질 못하는구나. 집에 오자마자 번스타인의 거쉬윈을 틀고, 앉아서 진한 초콜렛을 마구 먹으면서 달콤함에 푹 빠진다. 다른 곡은 생각도 안나고 이미 내 안에서는 빰빰빰 빠암- 하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으니 서둘러 노랗게 바랜 레코드 자켓에서 바이닐을 꺼내 일단 먼지부터 좀 닦아주고 바늘을 얹어주었다. 아아 어째서 'in Blue'였을까 거쉬윈 형. 이건 그냥 푸욱 빠져버린 청년의 그것 아닌가! ![]() ![]() 바이닐도 제법 보였는데 그 중에 비틀즈의 'Help' 음반이 조금 땡겼었다. 바이닐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관뒀지만 어렸을때 집에 있던 비틀즈 음반이라 웬지 향수에 젖게 하더군. 클라이버의 브람스 4번 음반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어떤 아저씨가 채어가 버렸다. 그냥 살껄 그랬나보다 겨우 5불이었는데. 그 외에도 스티비 원더나 엘비스 프레슬리, 잭슨 파이브 등의 바이닐 음반들이 눈에 띄었다. 군데 군데 바이닐을 사서 끼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반가웠다. 벼룩시장에 가도 좀처럼 뭔가 사는 일이 없는 내가 바다 사나이들 인형세트를 발견하고 한번에 충동구매해 버렸다. 6개나 되는 수제 목각인형을 15불에 팔길래 깎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샀는데 지불하는 순간 후회해 버렸다. 제법 더러운건 집에 와서 닦아볼 요량이었지만 웬지 쓰레기 더미를 돈주고 샀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런데 귀가하여 국영방송 전직원군 위에 올려 놓으니 제법 멋이 난다. 귀찮아서 아직 닦지는 못했지만 언제 시간나면 칫솔이라도 써서 닦아볼 생각이다. 턴테이블에 비해 다소 왜소한 앰프라 그런지 인형들을 올려 놓으니 조금 기가 사는듯 해서 보기 좋다. ![]() ![]() ![]() 네 이쑤시개 자른 겁니다. ![]() 띨빵해 보여. ![]() 이제 히타치 영감의 포스에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을꺼야! ![]() 아 로젤 간 김에 거기 주민 블로거도 부를껄 그랬나!? 근데 웬지 주무시고 있었을것 같다.
새벽 네시 술 처 마시고 담배냄새 술냄새 콤보메뉴 모드로 돌아온 동생님께서는 아주 기쁘게도, 첫 주인이 사서 20년을 넘게 지금까지 미세한 흠집하나 안내고 사용해 와주신, 나의 몇달 되지도 않은 연인 탄노이 비너스 스피커를 적절하게 밀어서 난로 가장자리 벽돌 모서리에 제대로 골인을 시켜 대박의 모서리 흠집과 함께 그릴에 구멍과 상처를 내 주시는 만행을 저지르셨다. 덕분에 나는 새벽 네시에 자다 깨서 문 열어줬다가 약 몇년만에 처음 느껴보는 매우 RAW한 분노와 스트레스에 심장이 아파왔고, 성질 같아서는 즉석에서 그 놈의 뱃때기에 올라타서 얼굴을 죽이 되도록 패주고 싶은 흔치 않은 폭력의 욕구를 강렬하게 느꼈다. 그게 얼마짜리냐는 질문에 뒷통수가 확 땡겨왔고, 야 이 빌어먹을 놈아 네가 어디서 흠집 하나 안난 이런 빈티지 스피커를 이 척박한 동네에서 한번 구해와봐라 라고 하고 꽥 소리치고 싶었으나 지가 내 마음을 어찌 알겠어. 내가 지금 네살박이 꼬맹이랑 사는 것도 아니고 다 자란 성인이랑 살면서 왜 이런 꼴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집세 제대로 내지 않아도 쫓아내야 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지는 않았었는데 지금 이 놈 짐 다 내쳐서 쫓아버리고 싶어졌다. 아오 꼴도 보기 싫어. 이런 종류의 분노를 느끼는건 신선할 정도로 오랜만이구나.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멋지네요. ^^
그나저나 "밥..
by 그림자놀이 at 02:31 스피커 배치는 이제 이상적으.. by Halabi at 11/25 저 모델이 출시될 쯤에는 히.. by Halabi at 11/25 이어폰을 몇 데시빌 이상으로.. by widow7 at 11/25 말씀 듣고 침실 시스템의 스.. by Levin at 11/24 이게 요새 '야한 사진' 다음으.. by Levin at 11/24 오이와 모차르트를 잊으시면.. by Levin at 11/24 어쩐지 잘 아실거 같더라니 .. by Levin at 11/24 그림자놀이님 같은 분은 티볼.. by Levin at 11/24 hello Mr Samurai. I'm writ.. by SERIKA at 11/16 Genie, it's like my first t.. by Levin at 11/12 실용오디오는 제가 98년도 생.. by Halabi at 11/11 음의 균형감은 스피커 배치에.. by Halabi at 11/11 저는 뭐 레빈님보다도 더 초.. by 그림자놀이 at 11/10 저런 '나리꽃' 스타일을 좋.. by 그림자놀이 at 11/10 진짜 잔인한 사진이군요. 저.. by 그림자놀이 at 11/10 그런데 그런 장비에 공들이는.. by genie beanie at 11/09 정말 좋은 조언을 아쉬울때마.. by Levin at 11/09 이번은 벨뷰 힐로 왔지롱. .. by Levin at 11/09 과연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by Levin at 11/09 최근 등록된 트랙백
|
|